[중부일보] 헌법 제10조 그리고 아주 보통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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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뢰인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지 않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어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근심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 마음까지 다 헤아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
몇 년 전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커피숍에서 새로운 케익을 먹는다든지, 소소한 취미 생활을 즐긴다든지 하는 내가 지금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란 책에 따르면, 소확행이 당초의 긍정적 의미와 달리 점차 SNS에 고가의 명품을 자랑하거나, 잦은 해외 여행에 해시태그를 다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고, 이런 세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소확행’을 넘어 ‘아보하’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아주 보통의 하루’라는 뜻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보낸 데 대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념, 정치 성향,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반목과 대립을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사이의 역학관계 속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고, AI, 딥시크 등 기성 세대들은 따라가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기술의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신문지 상의 사회면에는 미담보다는 원치 않는 각종 사건과 사고들로 가득하다. 둘러보면 어느 하나 마음 편한 것이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행복한 하루라는 요즘의 트렌드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2024년 유엔에서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는 143개국 중 52위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동 행복지수는 OECD 22개국 중 꼴지라는 점이다. 저녁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아이를 태우려는 차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성적과 경쟁으로 점철된 사회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무엇이 행복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뼈 아픈 현실이다.
‘아보하’라는 새로운 단어의 유행이 MZ세대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체념에서 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제발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불안 섞인 절박함이라면 그 또한 행복하지 못한 삶이 아닌가.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중의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권리를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행사해야 할 때이다.
문득 행복도 습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 동료들과 잠시 나누는 커피 한 잔, 지쳐 돌아오는 귀가 길에 펼쳐진 석양, 아빠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 이 모든 것을 행복이라고 느낀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 영화에서 볼법한 커다란 이벤트는 없더라도, 로또에 당첨되는 엄청난 행운은 없더라도, 매일 매일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모여 ‘아보하’를 외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한 때 유행했던 드라마 속 대사처럼 오늘은 날이 좋아서, 오늘은 비가 와서 행복한 하루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우리 모두의 ‘아주 보통의 하루’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이규호 법률사무소 강인 대표변호사
중부일보의 2025. 2. 27. 기사 자문 내용입니다.
출처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https://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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